초고압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 추천 코앞… “주민 대책위 꾸려 대응 필요”
초고압 송전선로 신설사업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을 추천할지 말지부터 논의해봐야 한다’라는 지적까지 나왔음에도, 옥천군이 6개 읍·면에서 위원을 정해 한국전력이 정한 15일까지 추천하기로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송전선로 피해를 받아 온 군북면이 군의 추천 대상지에서 빠지면서 위원 추천 기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는데, 한전 또한 위원 추천 등 협조여부에 따라 지원금을 가산하거나 감액하겠다고 밝히며 빈축을 샀다.
옥천군에 6명 추천이 할당된 입지선정위원회는 송전선로가 어디로 지나갈지를 정하는데, 법령상 첫 회의를 시작하면 최장 2년 안에 입지를 정하도록 돼 있다. 위원회 시작과 함께 송전선로 신설이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이에 주민들은 섣불리 위원을 추천하기보다 주민 설명회를 추가로 진행하며 지역의 의견을 모으고, 위원도 어떤 지역에서 누구를 추천할지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과 한전은 주민이 추가설명을 원한다면 의사를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 지역 ‘지나가는’ 송전탑·입지선정위 부작용 지적 잇따라
현재 우리지역에선 총 4개의 송전선로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이다. 내용은 각각 ① 호남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무주영동~신세종 송전선로 건설사업(총 60km, 철탑 약 120기) ② 군서·군북면의 기존 노후 송전선로 용량증대사업(총 22.8km, 철탑 약 55기) ③ 호남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신장수~신옥천 용량증대사업(총 71.1km, 철탑 약 156기) ④ 우리지역 내 전력공급 및 재생에너지연계 확보 목적의 옥천 #2분기 변전소 송전선로 건설사업이다.
이 중 1번부터 3번까지의 사업은 모두 아파트 20층 높이(약 57m)의 345kV 초고압 송전탑들을 신설 및 증설하는 사업인데, 이 선 자체가 호남의 원전이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이송하는 ‘고속도로’의 개념이다. 신설 송전탑이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해 22.9kV의 ‘마을 도로’ 수준인 각 지역 전력 수요·공급과 직결되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게 주 용도인 만큼, 송전탑 설치와 관련해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을 비롯해 각 지역 대책위 측의 반대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전력을 장거리로 보내려 할 게 아니라,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게 하면서 산업체의 지역 이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반대 행동이 이어지며 정부가 지난달부터 관련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입지 선정절차를 중단한 상황이지만, 옥천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전이라 위원 추천 일정이 그대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두고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빈축을 사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송전선로를 어디에 건설할지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 지역에서 주민 설명회를 연 뒤,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어느 읍·면 단위를 지날지에 대한 후보지역을 정하게 돼 있다. 이후 다시 사업 구간을 좁혀가며 지역에 맞게 위원회를 해체 및 재구성하고, 주민설명회를 연 뒤 최적 부지를 결정해 안을 확정하게 된다.
그런데 법령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첫 회의로부터 최장 2년 내 송전선로 위치를 결정하지 않으면 사업자인 한전이 입지선정위원회를 생략하고 입지를 선정할 수 있다.
“송전탑 피해 심각…한전 보상 기준 불합리”
또한 한전이 지자체의 ‘협조 여부’에 따라 보상금을 달리하겠다고 제안한 것 또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반영하는 것을 막고, ‘보상금이 공동체를 갈라놓을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기본적으로 가공송전선로 길이 km당 20억 원씩 지원금을 주되, 1년 이내 입지선정을 완료하거나 모든 인허가를 적기에 승인하면 각 10%씩 가산하는 안을 제시했다. 반대로 60일 안에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20%를,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으면 건당 10%를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독소조항과 함께 다른 지역에선 입지선정위원회 자체가 송전선로가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하기보단 입지를 정하는 걸 목표로 하는 데다, 주민들이 잘 모르는 사람이 위원이 된다거나, 위원회 안에서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선로가 몰리는 등 운영상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주민설명회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송전선로 사업에 대해 지역의 찬·반 의견, 대안, 어떤 사람을 위원으로 추천할지 등 주민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위원 추천 전에 충분히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수도권 위한 송전탑 신설 반대한 이장협 “입지선정위 추천 여부·주민설명회 추가개최 등 필요”
이에 우리지역 주민들 또한 입지선정위원회 추천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 누구를 위원으로 정할 것인지까지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지역의 경우 3번과 4번 사업은 현재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전 주민 설명회를 각 읍·면 이장협의회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2번은 이장회의 설명을 완료한 후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추천을 마쳤다. 초고압 송전선로를 대거 신설하는 사업으로 가장 큰 논란이 된 1번 사업은 각 읍·면 이장단 대상 설명회를 마친 후, 오는 15일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추천을 앞둔 상태다.
송전선로 반대 플래카드를 걸고 나섰던 옥천군이장협의회(회장 김종범)의 지난달 회의 중 군북면이장협의회 김영우 회장은 “철탑이 지나가는 곳 1km 반경은 불모지가 돼 버린다.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다 따를 게 아니다. 특정 기업과 수도권을 위한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옥천군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야 하고,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여부도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선 △주민들이 이 사안을 알 수 있도록 추가설명이 더 진행돼야 한다는 점 △위원을 추천하게 될 경우 반대의사를 밝힐 수 있는 주민이 선정돼야 한다는 점 △옥천에 세울 필요성이 있는 건지 판단해 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다양하게 논의해야 할 의제가 있음에도, 옥천군은 사업구간의 기점인 영동과 맞닿은 6개 읍·면 즉 옥천읍, 군서면, 동이면, 이원면, 청산면, 청산면을 위원 추천 지역으로 정하고, 각 행정복지센터에 공문을 보내 위원 추천과 추가의견 개진을 요청하는 것으로 갈음하며 논란을 초래했다. 옥천군이장협의회 김종범 회장은 “우리지역 의견은 ‘전면 반대’다. 이장협의회에 한 번 설명하는 것만으론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주민 설명회를 더 크게 열어야 하고, 지역 차원의 대책위도 세워야 한다”라면서 “일단 위원 추천을 받긴 했는데, 기존 선로 피해가 크기도 하고 그만큼 잘 알기도 할 군북면이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 위원을 누구 뽑을지 등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옥천읍이장협의회 이윤우 회장 또한 “읍에서도 2개 마을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반대할 생각으로 추천을 받긴 했지만, 피해가 큰 군북면이 빠진 줄은 몰랐다. 9개 읍·면이 다 모여서 어떤 곳이 피해 볼 가능성이 높은지 살펴보고, 위원을 누구로 할지도 자세히 논의해야 한다”라면서 “무엇보다 주민에게 피해가 갈 부분이 있다면, 주민들에게 설명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전자레인지는 길어야 5분이지만, 송전탑은 24시간 피해를 보지 않나. 보상기준도 터무니없다. 건강에 얼마나 해로울지 용역을 주든가 해서 지역 차원에서 피해사례도 기록해둘 필요도 있다. 군수, 군의원 등 주민을 대표하는 주체들이 다 살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동이면이장협의회 황기백 회장은 “우리 안에서 대응할 위원회를 만들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제 다른 지역 사례도 살펴보고,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건강 차원의 문제가 없을지도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사업을 두고 영동군에서 반대투쟁에 나섰던 양강면 마을대책위원회 신남섭 위원장은 “전력의 경과지로만 쓰인다는 건, 결국 지역과 주민을 식민지화하는 것 아니냐. 영동은 반대의 의미로 이장협의회 설명부터 막았고, 현수막 시위 등 참여 투쟁을 했다. 더 좋은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 입선위에 들어가서도 지연했고, 결국 개폐소가 마을로 들어오려던 걸 양수발전소 안으로 들어가도록 반영해냈다”라면서 “국가정책사업인 만큼 지자체가 성명서 정도밖에 반대를 못 한다면, 주민이 똘똘 뭉쳐야 한다. 전기에 대해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주민의 요구를,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이 입선위에 가도 가야 한다. 충북에도 대책위가 있으니 연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송전선로 신설문제와 함께 지역 내 전력자급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연계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연구기획위원은 “주민들이 싸워온 결과 정부가 다른 구상을 하며 지역별 차등 요금제나 호남으로의 기업 이전 등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쓸 전력은 송전선로 대신 지역방식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라면서 “햇빛소득마을 태양광 문제도 전력망이 부족하다면 보완해야겠지만, 초고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충북은 계통망이 밀리는 곳은 아닐 터라, 오히려 가설된 선로 자체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 ESS를 활용할 방법 같은 걸 고민하며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되, 일단 추천 절차는 이행하겠단 입장이다. 군 경제과 조도연 과장은 “지난 이장협의회 회의 때 공론장에서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고 보고,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추천 건에 대해 두 안 중 영동과 맞닿는 곳으로 정하겠다 말씀드린 바 있다. 추천 기준을 군에서도 여러모로 고민해 왔고, 이후 추가의견이 없어 일단 절차는 절차대로 진행을 하려 한다”라면서 “다만 주민들이 필요로 하시는 추가적인 설명은 적극적으로 한전에도 요구하면서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 담당자 또한 “입지선정위원회가 꾸려지면 어느 읍·면을 지나게 될지 정도까지를 먼저 정하게 된다. 현재 일차적으로 이장 회의를 통해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선로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을단위로 설명회를 진행하긴 어렵지만, 추가적인 주민 설명회와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논의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출처 : 옥천신문(https://www.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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